시화 14

[시화-20] 벚 꽃 엔 딩

#오늘의 시 벚 꽃 엔 딩 - 행복이 오는 소리 누군가에겐 봄이 그냥 봄이다 봄바람에 가슴 설레어 본 기억이 언제인지 몰라요 일하는 게 2교대여서 하루하루 공시준비하느라고 우울증 걸려 몇 개월 만에 밖이 밝아 나와보니 겨울옷을 벗고 봄꽃이 환하게 웃고 있어서 봄이 온 줄 알았어요 누군가에게 행복한 계절 봄이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 지나간 추억정도로 기억되는 그런 계절 중의 하나의 이름밖에 되지 않음이 씁쓸하게 느껴지네요 모두가 벚꽃앤딩이길 빌어봅니다

[시화-19]우린 폭주기관차로 살았다

#오늘의 시 우린 폭주기관차로 살았다 나는 달린다 새벽에 진격의 기차처럼 말이다 폭주 기관차는 조절하지 못하는 힘으로 식식거리며 앞만 보고 달린다 나이 지긋한 녀석은 내연기관을 다듬어 잘 익은 홍어처럼 삭히며 달린다 언젠가는 자신이 소용 없어질 그날이 온다는 것을 아는 듯 힘겹게 제살을 녹이며 달린다 무엇을 바라고 달리지 않았던 반세기처럼 발걸음도 아장아장 가볍게 세월을 싣고 달린다 어찌 그리 달릴 수 있냐고 묻자 몇 해 전 큰 사고 난 이후 달리는 게 조금 버거워져 이렇게 달린다고... 우리의 삶도 저 늙은 기관차의 지혜를 조금 닮아가면 좋겠다 조금 늦어도 좋은 세상 잠시 멈춰도 나은 세상 우린 폭주기관차로 살았다.

[시화 -17] 산고의 고통

#오늘의 시 산고의 고통 나는 저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했다 두려웠다 그 빛이 나를 비추면 나의 헐벗은 민낯이 드러날까 봐 숨는다 누구든 보지 못하는 곳 깊숙이 나의 내면 어딘가를 어둡고 긴 터널 속 한줄기 빛을 찾는 과정 속에서 나를 만나고 수없는 대화를 하며 헤매었던 시간들 나는 여명이 빚어낸 저 붉은색이 참 좋다 더 가슴의 멍을 보여주려고 준비한 내 청춘을 담은 열정의 색, 비바 마젠타 나는 저 푸르른 구름 낀 새벽녘 새들도 숨죽이는 침묵이 좋다 언젠가 나도 새처럼 날갯짓하며 비상하여 내 가고픈 곳 어디든 날아갈 날 그날이 올 거라 말해주는 영혼의 색, 코발트 블루 언젠가 저 두 색이 내 깃털 곳곳에 묻어나면 나는 나만의 색을 입고 4월의 신부처럼 배시시 웃으며 날아 가리라.

[시화-16]그런 시인이고 싶다

#오늘의 시 그런 시인이고 싶다 배 훈 겨울의 매서움도 반기는 시인이고 싶다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살 애는 추위의 기억을 다시 되돌려 누군가에게 들려줄 마음의 여유 가진 그런 시인이고 싶다 봄의 기운을 사랑하는 시인이고 싶다 스스로를 얽어매 둔 겨울 지나 그런 시절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돌아온 계절을 안아줄 마음 항상 열 수 있는 자비까지 간직한 그런 시인이고 싶다 여름의 시샘도 즐기는 시인이고 싶다 향긋한 꽃들의 향연 지나간 후 푸르른 순록의 풍성함도 무더위로 녹여내 주는 열정으로 뜨거운 이야기도 시원하게 들려주는 그런 시인이고 싶다 가을의 풍요로움도 나누는 시인이고 싶다 넉넉해도 혼자 간직하지 않고 너그러이 품어주고 나누는 그런 아량 깊은 다 내주어도 바보처럼 허허 웃을 줄 아는 그런 시인이고 싶..

[시화-11]책과 사랑에 빠져서 참 다행이다

책이 나를 사랑하는가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마치 미친 듯이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든다. 두려웠다. 내가 더 그녀를 못 잊을 듯해서다 그녀의 화려한 화술에 그녀의 다양한 인생이야기며 그녀의 그 낭랑한 목소리, 그녀의 유머 넘치는 재치가 나를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나는 그녀를 곁에 두고 있었지만 난 그녀의 사랑을 이제야 본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그녀를 알아본 것을. 그래서 참 감사하다 이제껏 아껴둔 사랑을 다 줄 수 있어서 그러니 참 고마웠다 지금이라도 나에게 마음의 문 열어주어서

[시화-9] 가로등 꺼질 즈음

가로등 꺼질 즈음 난 어느 순간 새벽의 가로등 불빛을 밟고 그 조용한 거리를 걸어 나의 끓어오른 시상을 저 깊이 해묵은 단어 군상을 빠알간 가로등 불빛처럼 뜨거운 열망으로 불태운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의 창 활짝 열고서 너와의 만남을 기뻐한다 내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가슴깊이 혼자 간직해 온 붉은 청춘의 꽃잎을 가로등 불빛 꺼져 갈 때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려 책 한 권 다 채우고 더 이상 써 내려갈 곳 찾지 못해 피우던 담뱃값 은종이 위 그리고 또 그린다 새벽 청소차 소리 커져 갈 때까지 쉬지 않고 또 써 내려간다

[시화-7] 보았다

보았다 살아 있음에 고마워했다 긴 터널의 끝 보았다 나의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환희의 빛을 보았다 기도하며 감사했다 내 마음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 보았다 잔잔한 심장의 울림 느낄 수 있음에 고요 속의 사랑 가득한 일상을 보았다 뒤돌아 보았다 지난 시간은 흘러간 강물처럼 속절없이 떠나가니 후회 없이 살아가라고 미련은 쌓이어도 다시 도전할 내일 있음에 희망을 보았다

[시화-6] 나를 찾는 그 길 위에

나를 찾는 그 길 위에 참 맑다. 뜨거운 찻잔의 깊이만큼 깊다. 차 한잔인데 그 속의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나를 찾는 그 길 위에 깊이가 무슨 소용 있으랴 틀리면 어찌할까 두려워할 필요 없는 시간 옳다고 기뻐할 필요 없는 글을 난 쓰다 멈추다 반복하여 마음속 끓어오르는 열정을 찻잔에 던져 버린다 촛불에 태워버린다 한숨의 탄성에 깊이 잦아든다 성찰의 울림을 난 왜 이렇게 사랑하는지, 미워했는지, 꿈꾸는지 오늘, 어제, 내일까지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된다 다 식어 바닥 드러낸 빈 찻잔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