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우린 폭주기관차로 살았다
나는 달린다
새벽에 진격의
기차처럼 말이다
폭주 기관차는
조절하지 못하는 힘으로
식식거리며 앞만 보고 달린다
나이 지긋한 녀석은
내연기관을 다듬어
잘 익은 홍어처럼 삭히며 달린다
언젠가는 자신이 소용 없어질
그날이 온다는 것을 아는 듯
힘겹게 제살을 녹이며 달린다
무엇을 바라고 달리지 않았던
반세기처럼
발걸음도 아장아장 가볍게
세월을 싣고 달린다
어찌 그리 달릴 수 있냐고 묻자
몇 해 전 큰 사고 난 이후
달리는 게 조금 버거워져
이렇게 달린다고...
우리의 삶도 저 늙은 기관차의
지혜를 조금 닮아가면 좋겠다
조금 늦어도 좋은 세상
잠시 멈춰도 나은 세상
우린 폭주기관차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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