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14

[시화-4] 그냥 왔다 가는 바람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 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중... ----------------------- 그냥 왔다 가는 바람 바람 그리움 아픔 세월 모두 그냥 왔다가 가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마음이란 녀석이 급해서 기다리지 못하니 아프다는 것뿐 조금만 지켜봐 주고 안아주면 스르륵 녹아내릴걸 그렇게 지나가는 뭉게구름아 나무 끝에 머물다 가렴 지지배배 노고지리 바람 따라 즐기려 오렴 나도 너희 따라 춤추고 희희낙락 즐거운 시간 보내 너도 나처럼 히죽히죽 웃어보렴 너무 좋다 좋아 -----------------------[ 답 시 ]

[시화-3] 유년 시절의 꿈

나의 유년시절 집에는 포도밭에 토끼장이 있고 계절마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유실수들이 참 많았다. 부유한 집이지는 않지만 부유한 집에 새들어 살아서 넉넉함을 공유하는 기회를 누렸었지. 그때만큼 유복한 시절이 또 있으랴.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고, 가을이면 포도나무, 감나무에 열매를 따먹고 매 계절이 놀이와 같은 시절. 담장 너머 들려오는 친구들의 부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 질 녘 뛰놀다 숯검둥이가 되어 집에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잠에 곯아떨어졌던 시절. 아련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시절에 세상의 주인인양 살았던 깨복쟁이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멀리서 아이들 웃는 소리가 나에게 손짓하는 듯 메아리 되어 들려온다 한줄기 그리움되어 ...

[시화 -2 ]여행, 그리움

부제 : 기다려지는 추억여행 여행하면 항상 부풀었던 추억의 아련함이 생각난다. 집을 떠나 사흘간 떠났던 수학여행, 처음으로 떠난 방콕 팟타야 해외 졸업여행, 젊다는 이유 하나로 1달 여의 자전거 전국일주, 부부는 낯선 곳을 가고 싶었으나 자연재해로 무산돼 저 히말라야를 그리며 떠난 2주간의 신혼 국토대장전.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설렘을 담기에 충분하다. 낯섦이 좋고 여행 자체도 좋지만 여행 전 공항에서 만나는 비행기소음마저도 가슴을 뛰게 하기에 넉넉하다. 낯선 곳에 남겨진 내가 버거운 상대와 마주함이 신기하고 반갑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섬 더빌에서 모든 걸 경계하던 부릅뜬 눈의 캥거루처럼 흥밋거리에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내 모습, 때론 낯선 곳에서 게으른 목도리도마뱀처럼 축 늘어져서 낮잠을 즐기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