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시 쓰는 사람,배훈 32

[시화-11]책과 사랑에 빠져서 참 다행이다

책이 나를 사랑하는가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마치 미친 듯이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든다. 두려웠다. 내가 더 그녀를 못 잊을 듯해서다 그녀의 화려한 화술에 그녀의 다양한 인생이야기며 그녀의 그 낭랑한 목소리, 그녀의 유머 넘치는 재치가 나를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나는 그녀를 곁에 두고 있었지만 난 그녀의 사랑을 이제야 본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그녀를 알아본 것을. 그래서 참 감사하다 이제껏 아껴둔 사랑을 다 줄 수 있어서 그러니 참 고마웠다 지금이라도 나에게 마음의 문 열어주어서

[시화-10 ] 그리움이 그리운이에게

별이 빛나는 밤에 ....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의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 별을 헤매는 밤에 언제 들어도, 보아도 참 잘 어울리는 둘이다. 고흐와 윤동주 나는 오늘 그들의 뒤를 쫓아 이렇게 여행을 떠나 본다. 그리운 이들 그리워할 때 그리움으로 그린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외로움으로 외워본다. 내 떠질듯한 열정을 활짝 열어서...

[시화-9] 가로등 꺼질 즈음

가로등 꺼질 즈음 난 어느 순간 새벽의 가로등 불빛을 밟고 그 조용한 거리를 걸어 나의 끓어오른 시상을 저 깊이 해묵은 단어 군상을 빠알간 가로등 불빛처럼 뜨거운 열망으로 불태운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의 창 활짝 열고서 너와의 만남을 기뻐한다 내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가슴깊이 혼자 간직해 온 붉은 청춘의 꽃잎을 가로등 불빛 꺼져 갈 때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려 책 한 권 다 채우고 더 이상 써 내려갈 곳 찾지 못해 피우던 담뱃값 은종이 위 그리고 또 그린다 새벽 청소차 소리 커져 갈 때까지 쉬지 않고 또 써 내려간다

[시화-7] 보았다

보았다 살아 있음에 고마워했다 긴 터널의 끝 보았다 나의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환희의 빛을 보았다 기도하며 감사했다 내 마음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 보았다 잔잔한 심장의 울림 느낄 수 있음에 고요 속의 사랑 가득한 일상을 보았다 뒤돌아 보았다 지난 시간은 흘러간 강물처럼 속절없이 떠나가니 후회 없이 살아가라고 미련은 쌓이어도 다시 도전할 내일 있음에 희망을 보았다

[시화-6] 나를 찾는 그 길 위에

나를 찾는 그 길 위에 참 맑다. 뜨거운 찻잔의 깊이만큼 깊다. 차 한잔인데 그 속의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나를 찾는 그 길 위에 깊이가 무슨 소용 있으랴 틀리면 어찌할까 두려워할 필요 없는 시간 옳다고 기뻐할 필요 없는 글을 난 쓰다 멈추다 반복하여 마음속 끓어오르는 열정을 찻잔에 던져 버린다 촛불에 태워버린다 한숨의 탄성에 깊이 잦아든다 성찰의 울림을 난 왜 이렇게 사랑하는지, 미워했는지, 꿈꾸는지 오늘, 어제, 내일까지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된다 다 식어 바닥 드러낸 빈 찻잔 앞에서...

[시화-5] 나를 지켜주는 힘 - 벗들에게

나를 지켜주는 힘 가끔은 힘 빼고 누워 있어 보아요 사는 건 그런 작업의 연속 가랑비에 옷 젖듯 자꾸 연습해 보아요 스윽 지나치는 햇살 되어 당신을 감싸 줄 거니까요 어깨 힘 한번 빼 보아요 사랑도 이별도 그렇게 시작할 때 설렘으로 끝까지 가려면 그렇게 가볍게 가요 나날이 쌓이면 얼었던 마음 눈 녹듯 녹아내려 당신 곁을 지켜주는 벗이 되어 줄 거예요

[시화-4] 그냥 왔다 가는 바람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 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중... ----------------------- 그냥 왔다 가는 바람 바람 그리움 아픔 세월 모두 그냥 왔다가 가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마음이란 녀석이 급해서 기다리지 못하니 아프다는 것뿐 조금만 지켜봐 주고 안아주면 스르륵 녹아내릴걸 그렇게 지나가는 뭉게구름아 나무 끝에 머물다 가렴 지지배배 노고지리 바람 따라 즐기려 오렴 나도 너희 따라 춤추고 희희낙락 즐거운 시간 보내 너도 나처럼 히죽히죽 웃어보렴 너무 좋다 좋아 -----------------------[ 답 시 ]

[시화-3] 유년 시절의 꿈

나의 유년시절 집에는 포도밭에 토끼장이 있고 계절마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유실수들이 참 많았다. 부유한 집이지는 않지만 부유한 집에 새들어 살아서 넉넉함을 공유하는 기회를 누렸었지. 그때만큼 유복한 시절이 또 있으랴.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고, 가을이면 포도나무, 감나무에 열매를 따먹고 매 계절이 놀이와 같은 시절. 담장 너머 들려오는 친구들의 부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 질 녘 뛰놀다 숯검둥이가 되어 집에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잠에 곯아떨어졌던 시절. 아련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시절에 세상의 주인인양 살았던 깨복쟁이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멀리서 아이들 웃는 소리가 나에게 손짓하는 듯 메아리 되어 들려온다 한줄기 그리움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