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는 사람,배훈/나를 찾아서 (From Burnout to Balance )

호주에서 살아남는법 (워홀 3탄)

배훈사람 2023. 3. 27. 06:01

그 유학생은 나에게 시드니의 무료급식소를 알려준다. 가장 시급한 먹고사는 법을, 그리고 시드니모닝헤럴드신문에서는 호주 현지인 일자리 구하기를, 한인 식료품점에 가면 한인 잡지를 통하여 한국인 업소에서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중요한 정보를 준다. 난 바로 실천에 옮기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왜 난 궁했다. 그날 그와 헤어지기 전 그는 나에게 자신의 귀국에 필요한 금액을 제외하고 약간의 호주 달러는 봉투에 담아서 전한다. 그 봉투에는 '당신의 호주 출발을 응원합니다.'하고 쓰여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은 천사 바로 그 유학생이었다. 다음날 용기를 내서 시드니 시내의 맥도널드며 되지도 않는 영어로 직업을 구해보았다. 쉽지 않았다. 말이 통해야 무어라도 해 먹을 건데 도통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한인업소를 공략한다. 내가 누구인가 대한민국 해군 병장 출신 아니던가 안되면 될 때까지 간다. 또 다음날 한인잡지를 펼쳐 들고 전화를 돌린다. 전화 10번째 업소는 시드니 최고의 관광식당 ' 삼원가든' 면접기회를 갖게 된다. 긴장 초조 손에 땀을 흘릴 정도로 무거운 마음으로 캠시의 삼원가든을 찾은 시간은 아침 11시
매장은 분주했다. 오전부터 오후점심 관광객을 받기 위해 테이블 셋팅중이었다. 난 면접 왔는데요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그냥 둥근 테이블 세팅을 돕고 있었다. 1시간 정도를 그냥 같이 땀 흘리며 오픈준비하다가 면접이 끝났다. 체력테스트였다고 한다. 이렇게 500명을 소화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일할 수 있다. 나의 삼원가든 입사 기는 허무하게 시작된다.
 
얼마나 쉬운가 2달간 테이블세팅만 줄기차게 하고 번 돈은 600만원 이제 드디어 시드니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꼈다. 하루하루가 정말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참 내가 묵었던 숙소는 킹스크로스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직장이 있는 한인타운 캠시의 한국인 여자분이 운영하는 집에 셰어를 얻어서 살았다. 서울생활처럼 더부살이하는 느낌이었지만 여자주인분과 호주인남편이 잘해주셔서 시드니 적응은 순조로웠다. 언제까지 일을 한 건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일하는 짬짬이 체력을 비축하였다. 서울 호텔에서도 새벽조깅은 했었고, 캠시에서도 달리기는 나의 시그니쳐였다. 젊다는 건 일은 일대로 운동은 운동대로 에너지를 나눠 쓸 능력이 되었다. 시간은 흘러 통장을 확인하고 떠날 준비를 해 갔었다. 삼원가든은 1층, 같은 건물 2층은 관광상품을 파는 곳이었다. 매일 500명 넘는 관광객들이 왔다. 삼원가든 시그니쳐 음식 조기탕, 동치미, 불고기, 갈비와 냉면까지 그냥 딱 한국을 옮겨놓은 곳이었다. 주방장부터 주방직원까지 모두 한국말을 잘하였다. 조선족분들도 2명이나 있었다. 하하 진짜  일도 하고 여행도 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단 영어는 한마디도 안 해도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던 어느 날, 결심했다. 내가 호주에 왜 왔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사장님께 떠날 날이 다가옴을 통보했다. 사장님 부부는 많이 서운하였지만 아르바이트생은 쉽게 구할 수 있다 하며 나의 용단을 응원하였다.
 
나는 바로 시드니 캠시를 떠나기로 결심을 하고 2~3일간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캠시와 시청 앞에서 여행을 함께 떠난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그때는 게스트하우스벽면에 여행을 가는 기간과 장소를 적고 자신의 동행친구를 찾는 메모가 많이 붙어있었다. 그곳에서 맥가이버를 만난다. 외국에 나오면 영어이름을 주로 써서 난 재키라고 불리었다. 맥가이버라는 친구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전자전공을 하다가 휴학을 하고 워홀을 왔다. 성격이 아주 삭삭하고 형님 잘해봅시다. 하면서 제법 의젓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는 별생각 없이 시드니를 떴다. 한 손에는 불편한 잠자리를 해결한 베개를 들고 뒤에 20킬로가 넘는 100리터짜리 빅 백팩을 짐 어지니 제법 여행자의 행상이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 상거리였다.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노숙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돈을 어렵게 벌었기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10불로 장식한 거지 그 자체, 이유인즉슨 호주는 구세군(살베이션아미)에서 운영하는 재활용상점이 있는데 옷들이며 신발 모자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재활용하고 있었다. 슈퍼에 가서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재활용센터에서 여행준비를 모두 마쳤다. 자 그만 떠들고 떠나봅니다
 
다음이야기는 시드니를 떠나 워홀의 특장점인 여행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기대해 주셔요 워홀 4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