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는 사람,배훈/나를 찾아서 (From Burnout to Balance )

텔레비젼에 내가 나와요(워홀2탄)

배훈사람 2023. 3. 23. 17:30

여러 곳에 비자신청을 하였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3곳에 신청이 가능하여서 3곳모두 넣어두었다. 제일 먼저 호주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호주행 티켓가격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편도가 250만 원이 훌쩍 넘었다. 당시에는 저가항공도 없을 때였다. 아무튼 돈이 필요했다. 같은 호텔에서 일하던 효수와 호프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효수야 넌 호텔 신라를 지키는 수문장이 되고, 나는 넓은 세상을 보고 돌아와서 호텔 신라 총지배인이 될 거니까 우리 그때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효수가 신문에서 봤다면서 방송국에서 보조출연자와 조명보조등 일을 하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 했다. 나는 그날부로 바로 방송국 알바일을 알아보았다. 새벽 3시에 방송국에 도착하여야 한단다. 이유는 한국민속촌 사극촬영을 하러 가는데 방송국에 모여서 단체로 이동을 했다. 1달여간은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우연히 성실한 저를 잘 봐주신 FD형님에 눈에 잘 보여서 둘째 달에는 조명을 들고 다니는 보조역할도 하고 인원이 급하면 지나가는 행인, 지나가는 부부역할도 하면서 열심히 방송일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3개월 동안 500여만 원의 여비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밤에 술 먹다가 방송국에서 만난 지인들과 이야기하던 중 오토바이나 차가 있으면 하루에 2탕도 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방송국 간을 이동하면서 방청객으로 자리에서 환호도하고 리액션의 대마왕이 되어갔다. 3개월 동안 일했던 돈을 오토바이에 투자하니 다시 제로에서 시작하였다. 어찌어찌 호주행 티켓은 마련하였다. 수중에는 단돈 15만 원이 남겨졌다. 그냥 렛츠고 가는 거야. 호주에 갈 마음에 가방을 주섬주섬 싸서 비행기에 오른다. 사실 영어공부에 대한 갈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너무도 간절하지도 않았다. 그냥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해야 하는 것이 전부였다. 호주에 떨어지자 마치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손짓발짓하면서 호주의 시티홀 앞에 주저앉아서 호주인들의 일상을 관찰하였다. 시간이 흘러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 당장 잘 숙소를 찾아서 킹스크로스의 백패커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은 여행자들의 성지였다. 일본식 초밥집과 조각피자 3개에 1달러였으니 아주 저렴하고 낯설지 않은 분위기가 좋았다. 짐을 풀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돌아와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1주일을 새로운 친구도 문화도 알아가면서 보냈다.
 
문제는 통장에 넣어둔 15만 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일을 찾아야 했다. 나는 시드니 하버브리지를 바라보고 있는 써큘러키 어디쯤에서 조각피자와 음료수로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왜 여기와 있지 하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영어공부하러 왔지 여행도 하고 싶어서 왔는데 영어가 안되니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기도를 했다. 누군가 동양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걸어왔다. 나에게 '아유 코리안?'이라고 질문하는 거 아닌가 나는 바로 ' 예스~! '라고 답을 하고 그와 나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호주에서 3년간 비즈니스스쿨을 마치고 귀국 전에 시드니 시내를 돌아보고 가려고 여기저기를 다니는 길이었다. 내가 애처로워 보였나 보다. 운명의 만남으로 나는 시드니에서 살아남기는 시작된다.
 
다음이야기는 호주에서 알바 찾는 법, 호주친구와의 에피소드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