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는 사람,배훈/나를 찾아서 (From Burnout to Balance )

겁내지 않고 일어서는 법

배훈사람 2023. 3. 18. 07:20

프롤로그

겁내지 않고 일어서는 법을 쓴다는 건

첫 글을 쓸 때가 3개월 전이었는데 목표를 100개의 글을 써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말입니다. 100번째 글을 이번주에 드디어 써냈습니다. 보았습니다. 나 스스로의 가능성을... 하지만 나 자신을 스스로 더 가둘 계획입니다. 철저하게 고립시켜야 현재의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음을 이미 지난 3년간 경험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고비가 있습니다. 10대에게는 사춘기가, 20대 주부에게는 산후우울증이, 40대 주부들에게는 갱년기가, 그리고 50대 중년에게 찾아오는 이유 모를 우울증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기 찾아온 영혼의 친구 -우울증 - 이 친구가 왜 왔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이 아니어서 40대 후반에 온 이 반갑지 않은 녀석과 씨름도 하고 그래 한번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붙어보자는 식으로 호기 넘치게 나의 길을 가려했습니다. 몸에 이상이 온 것입니다. 게실염이라는 복통으로 병원 신세를 1주일 넘게 그리고 통근 치료하면서 식단조절과 완쾌가 없다는 녀석과 동행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무슨 병과 합의냐고요. 가능합니다. 저는 이미 지난 3년 전 심하게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으로 긴 방황을 하였습니다. 15년, 19년 두 번의 국제대회와 다양한 기부와 자원봉사에 몰입하였던 지난 15년간의 생활이 저에게는 독이었나 봅니다.
 
이제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 물론 나누고 봉사하는 삶에서 조금 결을 바꿔보았습니다. 모든 일들이 마치 나에게만 주어진 일처럼 어리석게도 혼자 안고 가려했던 생각을 내려놓으니 주위의 모든 일들이 잘 돌아가더군요. 가족과의 시간도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대화로 풀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절대 고독과 마음 챙김에 집중하였습니다. 도구로는 역시 2006년부터 지속해 오던 요가와 명상을 이용했습니다. 더 많은 시간 생각하고 마음속의 앙금들을 퍼 올려서 나를 바라보는 일에 혼신을 다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 걷기라는 단순한 행동을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6 천보를 시작으로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시간 나는 대로 걸었습니다. 잡념을 버리는 연습- 이 역시 걷기 명상 수행 - 불교에서 수행의 한 종류-을 2년 반정도 꾸준히 실천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발바닥에 굳은살이 베일 정도로 집중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맨발 걷기의 힘을 다룬 책과 지인의 소개로 숲길을 맨발로 걸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좋아졌습니다. 대중 속에서의 절대 고독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스스로 체험하였습니다. 중년이라는 나이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서 오더군요. 30대 중반이 나의 인생의 전성기인 줄 알았습니다.
 
 어느 정도 운영하는 매장도 적당한 궤도에 올라가니 사람이 마음이 오만방자해지더군요. 잘 나가니 뭐 건강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늘릴생각만 하였지 관리를 잘하지도 관리가 될 수 없는 인간관계 통제의 임계점을 지나치고 나니 더 이상은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 가벼렸습니다. 몸은 스스로의 자가 면역기능이 발동하여 아프다 아파하면서 복통이라는 갑작스러운 증상을 주었고 저는 병원에 실려가야만 하였습니다. 진료결과 게실염이랍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적인 식사, 과도한 일에서의 중압감이 병을 부른 겁니다. 다 지나고 나서 보니 건강의 중요성도,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도,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여서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세계 대학생 올림픽- 일명 프리 올림픽이라고도 불립니다. 올림픽대회의 사전점검 전이라고 볼 수 있음) 이후 8년여를 마치 롤러 코스트를 타듯이 감정과 건강이 오르락내리락하였습니다. 심할 경우에는 환청과 환영, 이명이 심해져서 이비인후과 정신과도 가족들 몰래 진료를 받아보았습니다. 답은 약을 복용하면서 꾸준한 운동과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말뿐 더 이상의 답은 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답이라고 밖에... 점점 상태를 호전시킨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다름 아닌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현실이 2~3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지금생각해 보면 저에게는 마음 챙김의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격리되지 않았지만 그냥 나 자신의 마음의 문이 눈앞의 책 앞에 열렸고, 책과의 대화시간이 길어지면서 쌓아만 두었던 다양한 인생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듣게 되었고, 그 감정의 곡선을 종이 위에 그래프로 그려나갔습니다. 내 마음의 주파수가 그들의 이야기가 맞을 때마다 머리가 찌릿찌릿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글을 본격적으로 써 내려가면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주위의 벽이 두터워지니 내 소리에 귀기울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서서히 내 마음의 문은 열리고 좋지 않았던 증상들- 이명, 우울증, 환청, 환영, 대인기피증 ' 소위 공황장애 ' 와 초기 조울증상 종합선물세트- 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육이 튼튼해져서 지금은 나를 지켜주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어떤 저항에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겁내지 않고 일어서는 법'이란 제목을 정해놓고 글을 쓴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에세이를 통해 출판된 책들도 10여 권을 읽고 나니 든든한 지원군들도 생겼겠다. 열심히 써보렵니다. 응원부탁드립니다. 
더 고독의 시간을 철저하게 만들어볼까 합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내가 좋아졌습니다. 나를 찾는 전화가 와도 어떠한 유혹이 와도 'NO' 하고 거절을 하니 그들도 나의 거절이유에 답을 주더군요. 그렇게 저는 오롯이 고독을 즐기며 나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 챙김의 과정에 접어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