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학교 가는 길에 지금은 덮여버린 복개천이 있었다. 학교로 가는 길을 빙 돌아가는 것이 싫었다. 높이 3미터가 넘는 그곳을 겁 없이 뛰었다. 위험천만하게 흔들거리는 징검다리 돌을 밟고 개울물을 건넜다. 다시 돌벽을 올라서 학교 교문까지 가는 길은 마치 어드밴처 영화 같은 일이었다. 항상 영화를 찍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 헤리슨 포드처럼 스릴 넘치는 등굣길이 나는 좋았다. 사실 꼭 운수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물에 빠지면 엄마에게 야단맞지 않으려고 학교수돗가에서 바지와 신발을 빨았다. 오후 내내 신발을 흔들어 말렸다. 물기가 가실 때 즈음 이것을 신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골목길의 모래흙먼지가 다시 신발에 묻었다. 결국에는 야단을 맞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루도 쉽게 넘어가는 날이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매일 어떻게 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곳에서 놀아볼까 궁리하는 날이 많았다. 초등학교시절에는 학교수업도 학원가는 일도 사실은 정해진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뭐 좀 한눈팔다 보면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다반사였으니까 말이다. 한 번은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새우를 잡는 도구를 가지고 연 만드는 시간에 줄을 좀 빼돌려서 그 낚시도구 같지도 않은 도구를 가지고 복개천에 걸터앉아서 물고기를 낚아 보겠다고 한참을 있었던 기억도 있었다.
지나가시는 아주머니들의 야단을 들으면서도 나는 재밌었다.
"아그야 그 구정물에 뭔 물고기가 산다고 낚시질이냐~! "
"너희 엄마 알면 혼나니까 얼른 학원이나 가거라."
난 그래도 상급반 형들의 말을 믿고 거기서 낚싯대를 숨겨두고 시간 나는 대로 와서 세월을 낚는 건지 물고기를 낚는 건지
마냥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우리 집이 있던 시장의 끄트머리에는 기찻길이 있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기차가 얼마나 빠른지 보자고 했다. 기찻길의 선로에 병뚜껑과 동전을 올려놓으면 이것을 넓게 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걸 해보기로 했다. 오래도록 모아두었던 코카콜라며 사이다, 환타 병뚜껑을 줄줄이 세워두었다. 십원, 오원동전도 여러 개 준비해서 기차가 올 시간을 기다렸다. 그때, 멀리서 ‘빠앙 빠아앙’ 하는 기적소리와 ‘딩동 딩동 딩동’ 하는 건널목의 안전차단기 소리가 들렸다. 순식
간에 기차가 도착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병뚜껑과 동전은 기차 바퀴의 마찰열을 고스란히 안고 튕겨나갔다. 철로 밖으로 나뒹굴었다. 우리들은 기다렸다는 듯 기차선로의 뜨거운 온기를 귀로 맞대었다. 기차의 바퀴소리를 들으려 선로에 벌러덩 누워서 귀를 가져다 대었다. 어떤 녀석은 귀가 빨개졌다.(아마도 그 열에 대인 듯) 끼득끼득 거리며 웃고 마치 불판 위의 호떡처럼 넓게 퍼진 동전과 병뚜껑으로 오후 한나절 아니 며칠을 딱지를 대신했다. 이 물건이 생기어서 또 몇 번 철길의 위험천만한 놀이를 계속하였
다. 하루하루가 정말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당시에는 시간이 멈춘 듯 재미난 일들로 시간을 잊고 살았다. 낚시놀이과 기찻 길의 병뚜껑놀이 모두가 즐거운 것들이었다. 그냥 뭐든 재미가 있으면 다 해보고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
았다. 감나무에 올라서 옆집으로 넘어가기, 인근 공터의 모래무더기(10미터 높이)에서 낮잠 자기, 지나가는 누나들 새총으로 엉덩이 맞춰서 놀라게 하기, 집 근처 대학교운동장 수로에서 빠진 공 주워서 팔기 등등 생각만 해도 사고뭉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왜 그런 일들이 즐거웠는지 알 수 없었다. 철이 들지 않았었고 마냥 좋았던 것 같다.
어떤 녀석은 펴진 병뚜껑에 중앙에 구멍을 두 개 뚫어 양파망의 줄을 끼워 만든 씽씽이를 만들었다. 씽씽이로 신문지 자르기며 야채 자르기 베틀까지 경쟁적으로 특급 씽씽
이를 만들기 위해 병뚜껑 끝부분을 일부러 울뚱불뚱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어떤 친구는 돌릴 때 나는 소리를 울리며 '씽씽 씨이잉~~' 등굣길 내내
학교 가는 발걸음이 매일 즐거웠다. 그 당시엔 놀거리가 많지 않아서 단순한 끝말잇기 라도 하며 등굣길의 벗 되는 놀이들로 깔깔거리는 웃음이 끝이 없었다.
그냥 바람만 불어도 웃음이 끊이지 않던 나이
라 전날 풍선껌과 같이 들어 있던 만화책도
같이 보면서 낄낄 거리는 녀석들, 문방구에서 산 10원짜리 수수께끼 책 한 권이면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3편 계속 ~매주 토요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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