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는 사람,배훈/도깨비가 시장에 살아요

도깨비가 진짜 살아~! [1편]

배훈사람 2023. 2. 18. 21:47


나의 어린 시절은 도깨비시장이라는 곳에서 시작된다. 도내기 시장을 사람들은 도깨비 시장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이곳저곳 흩어진 채소껍질이며 생선손질한 부산물이며 비가 내려 질퍽해진 곳이 짙이겨진 생활 쓰레기들이 마치 도깨비가 나올 것 같다 하여 붙여진 듯하다.  *도떼기시장, 도내기 시장, 도깨비시장 다 같이 불려지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도깨비가 진짜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마치 도깨비 소굴처럼 뭐든 만들어 내는 곳이었으니까  말이다. 필요한 것이 다 있었다. 철물점, 정육점, 생선가게, 채소가게, 벽지집, 양품점, 떡집, 한과집, 옷가게, 잡화점까지 진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다이소 같은 곳이 바로 이곳 '도깨비시장'이다. 바로 내가 그곳에 사는 살아있는 도깨비 산도깨비였던 것이다.
 나는 이곳이 너무 좋았다. 철승와 승철, 홍석이 그리고 같은 반 아이들이 이곳에 다 살고 있었고, 그들의 부모님들이 가게를 하고 있어서 마치 그 집이 내 집이고 네 집이 녀석들의 아지트인 셈이었다. 이 집 저 집 들수시고 다니다 보면 먹을 거며 놀거리가 천지에 널려 있었고 마치 여기가 학교나 학원보다 더 배울 것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학교 갈 때나 합기도장에서 새벽기도 갈 때 들려오는 소리들...

" **진용아 교회 가~자!"
"진용아 빨리 가자 얼른 나와라 늦게 다잉~!"

하며 불러대는 소리는 온 시장과 골목을 울렸다. 새벽같이 녀석들과 합기도장에 함께 다니던 친구들은 시내에 있는 중앙교회를 가서 새벽기도를 하고 빵과 요구르트를 간식으로 받아먹는 재미에 한주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매일매일 녀석들과 함께 노느라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방을 집에 던져놓고 골목으로 달려 나가 일상처럼 오징어게임, 다방구, 구슬치기, 목가 맞히기, 말뚝박기, 숨바꼭질을 하면서 해가 저물 때까지 시꺼먼 얼굴로 콧구멍에 흙먼지 뒤집어쓰고 옷이 시꺼멓게 되고서야 집에 돌아갔었다. 당연히 어머니의 불호령은 말해 뭐 하겠는가...

" 언제 사준 옷인데 벌써 무릎이 다 구멍 난 거야? "
" 좀 조심해서 놀지 그랬어? "

빨리 손발을 씻는 둥 마는 둥 형의 진검정
책가방에 구슬과 종이딱지를 한가득 채워서 토방아래 숨겨두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10살이었으니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노는데 한참 정신이 팔려 있을 나이였다.

이발관을 기점으로 아래로는 철로가 남광주역까지 연결되고, 위로 100여미터가 양쪽으로 긴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지금은 제1순환도로가 생겨 살아졌다.



가을 녘 우리 집의 마당에는 노란색 메밀꽃과 하얀 분홍의 코스코스 꽃이 만발하고 마당 한편에 토끼장이 있어서 앙고라토끼가 새끼를 낳느라 검정비닐로 토끼장을 가려 두었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어린 토끼새끼가 언제 나오나 궁금하여 매번 토끼장의 비닐을 열었다 닿았다 하였다. 이틀 후였나 올망졸망한 새끼 토끼들이 피덩이처럼 어미토끼 곁에 있었고, 나는 신기하여 어머니의 부탁을 듣지 않고 녀석들을 몰래 훔쳐보았다. 이쁘다며 연신 소란을 피웠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일하느라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건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 어미 토끼가 자기 새끼 3마리를 물어 죽였다. 나는 그것도 몰랐다. 자신의 새끼를 누가 데려갈까 봐 어미토끼가 새끼를 물어 죽이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아기 토끼 돌아다니기 전까지 보지 말아라고 했던 말을 그만 깜박 잊고 한 행동이 이런 사달을 내고 만 것이다.



그냥 엄마에게 이건 분명히 고양이나 살쾡이가 와서 새끼들은 죽인 거라고 어머니에게 범인 잡아야  한다고 야단을 피운 것도 바로 나였다. 어린 마음에 가슴이 아픈 것보다 그 녀석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싶었다.  나 자신의 의지를 어머니는 말리지 않고 바라봐 주셨다. 내가 범인인지 알고는 계셨지만 어머니는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시려고

"네가 그럼 범인을 잡아보렴 "
"졸면 안 되니 눈 크게 떠~라잉"

하시며 손전등까지 주시고 밤에 불침번을 서보라고 하셨다. 나는 달 밝은 밤 감나무의 잎에서 나는 바람소리가 왜 이리 무서웠던지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방으로 쏙 들어와서 곯아떨어졌다. 이렇게 새끼토끼죽음 소동은 일단락 지어졌다.
 



 *도내기의 사전적 의미는 ‘창을 끼우거나 빼내기 위해 창틀 위쪽의 홈통을 창짝 넓이보다 더 깊이 파낸 고랑’이니, 도내기 시장은 ‘길고 깊은 골목길에 있는 시장’ 정도로 해석된다. 한편 도내기가 ‘뜨내기’란 말이 변해 생긴 명칭이란 주장도 있는데, 부동산 가게 주인은 “옛날에 잠깐 장을 벌리는 곳이라고 해서 ‘뜨내기 시장’이라고 부르다가 ‘도내기 시장’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돗떼기시장'은 '도떼기시장'의 잘못된 말로 '도'는 “물건을 낱개로 팔지 않고 모두 모아서 판다.”라는 뜻이고, '떼기'는 “장사를 하려고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다.”를 뜻하는 '떼다'의 명사형입니다. 따라서 '도떼기'는 오늘날의 '도매'와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 진용은 나의 어릴 적 집에서 부르는 이름
이었다

[2편 계속-매주 토요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