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4

[시화 -18 ] 어 머 니

#오늘의 시 어 머 니 새벽녘 땅거미도 가시지 않은 어두운 부엌에서 누구 먹이려고 그리도 말없이 일어나 떠지지 않던 눈비비시며 자식들 도시락 9개를 싸시던 고귀한 당신의 이름은 어 머 니 하루종일 야채 다듬으셔서 자식 놈 늦게 오는데 자는 모습 숨기려 1원짜리 젓가락 봉지 끼우시던 잔가시 박혀 마치 사포처럼 거칠고 휘어버린 당신의 손마디가 저리시어 눈물도 참으시려 애쓰시던 그리움의 이름은 어 머 니 얼마나 일만 하셨던지 사라져 버린 지문 때문에 1시간 넘게 주민증 만드는데 애태우시던 당신의 이름은 어 머 니 이제 좀 쉬셔요 하지만 했던걸 안 하면 병나서 오래 못 사신다면 뒷 텃밭에서 흙을 메만지시는 당신아 이제는 귀도 멀어버린 몸뚱이 좀 아끼라고 안아줄까 해도 두려워요 앙상한 뼈만 남은 오늘이 길지 않은..

[시화 -2 ]여행, 그리움

부제 : 기다려지는 추억여행 여행하면 항상 부풀었던 추억의 아련함이 생각난다. 집을 떠나 사흘간 떠났던 수학여행, 처음으로 떠난 방콕 팟타야 해외 졸업여행, 젊다는 이유 하나로 1달 여의 자전거 전국일주, 부부는 낯선 곳을 가고 싶었으나 자연재해로 무산돼 저 히말라야를 그리며 떠난 2주간의 신혼 국토대장전.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설렘을 담기에 충분하다. 낯섦이 좋고 여행 자체도 좋지만 여행 전 공항에서 만나는 비행기소음마저도 가슴을 뛰게 하기에 넉넉하다. 낯선 곳에 남겨진 내가 버거운 상대와 마주함이 신기하고 반갑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섬 더빌에서 모든 걸 경계하던 부릅뜬 눈의 캥거루처럼 흥밋거리에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내 모습, 때론 낯선 곳에서 게으른 목도리도마뱀처럼 축 늘어져서 낮잠을 즐기는 시간..